돼지고기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한때 ㎏당 5000원(도매가격 기준)을 넘어서던 것이 최근에는 2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대형마트까지 가세해 앞다퉈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날 돼지고기 대표가격은 ㎏당 2817원을 기록했다. 올해 초 ㎏당 5554원까지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거의 반값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지난달과 비교해도 약 20%가량 하락한 가격이다.
작년대비 사육 두수가 크게 늘면서 공급 과잉현상이 일어나자, 더불어 가격도 급락했다. 지난해 초 구제역으로 사육두수가 급감했던 양돈농가가 사육두수 회복을 위해 무리하게 과잉사육이 불러일으킨 결과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9월 1일 기준 돼지사육두수는 993만 7000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7% 증가했다. 이는 업계 등에서 추정하는 적정 두수 800만~850만 마리를 20% 이상 초과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대형마트도 잇따라 돼지고기 할인판매에 돌입했다. 소비자가 많이 찾는 품목인 돼지고기를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선보여 고객 잡기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다 보니 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하다. 일각에서는 대형상점 간 출혈경쟁으로 오히려 양돈 농가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날부터 삼겹살 가격을 100g당 840원에 판매한다. 당초 100g당 980원에 판매하기로 했지만, 지난달 24일 전격적으로 가격을 840원으로 낮췄다. 같은 날 이마트가 삼겹살을 100g당 850원에 판매키로 하자, 더 싸게 가격을 조정했다. 이마트도 롯데마트가 가격을 인하하자, 종전 100g당 850원에서 830원으로 인하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삼겹살은 소비자가 많이 찾는데다, 민감한 품목이어서 가격을 더욱 낮춰 대응에 나선 것"이라며 “이마트가 100g당 830원까지 인하했지만 우리는 기존대로 840원을 고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삼겹살은 소비자가 ‘어느 마트가 더 싸더라'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품목"이라며 “가격 경쟁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일단 물량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둔 데다, 사전 계약을 끝낸 상황이어서 양돈 농가에게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이면 1000만 마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소비촉진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양돈 농가들에 부담이 생기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