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주약동의 한 76㎡ 아파트를 1억 원에 전세로 살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 김씨는 얼마 전 전세값을 1억2000만 원으로 올려 달라는 집주인의 말을 들었다.
현재 김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같은 평형의 매매가는 1억2000만원~1억6000만원 사이. 1억2000만 원이면 층수가 다소 낮고 해가 조금 덜 드는 곳으로 옮긴다면 전세값에 아파트를 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김씨는 대출을 더 해야 할지 큰 고민이다. 대출금 상환부담과 아파트 가격하락 우려 때문.
김씨는 “두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생활비도 빠듯해 더 대출을 할 여력이 없다”며 “게다가 아직 아내와 나도 젊은 나이라 이사를 할 수도 있는데 지금 집을 샀다가 부동산 경기 장기침체로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지면 손해가 아니냐”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이어 “아파트 구매를 포기한다면 전세값 1억원대의 좀 더 저렴한 아파트로 이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값이 오르다 못해 급기야 집값만큼 비싼 전세까지 등장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침체된 매매심리와 내집 마련에 대한 불안감이 장기화된 결과다. 도내에서는 진주지역 일부 아파트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지만 광주와 대구 등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포착돼 전국적인 전세값 비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6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상대동 상대한보 92㎡의 전세는 1억2000~1억5000만원으로 매매 하한가인 1억5000만원과 비등하다. 인근 평거동의 들말대경 105㎡도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의 매매 하한가는 1억8000만원, 전세 상한가 역시 1억8000만원으로 매매가와 전세가가 별반 차이가 없다.
초전동 초전흥한 105㎡ 역시 매매 하한가가 1억5000만원, 전세 상한가가 1억5000만원으로 형성돼 있다. 이 아파트는 매매 상한가가 1억7000만원으로 전세 상한가와 2000만원 차이가 난다. 양산에서도 매매가와 전세가가 비슷하거나 일부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매매시장 위축과 아파트 값 상승에 대한 회의감 확산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2008년부터 전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돌파하는 등 주택부족 문제는 해소됐지만 글로벌 경기불황과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며 구매력을 반감시켰다는 것.
이영래 부동산114 부산경남울산 지사장은 “매매보다는 전세 수요가 늘고 전세가 상승압력이 저금리 기조와 맞물리면서 전세의 월세전환 구조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방 일부 소형평형에서는 전세값이 매매값의 턱밑까지 육박하는 실정”이라며 “당분간 진주와 양산 등과 같이 전세값이 매매값에 육박하는 이상현상이 국지적으로 출현될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