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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의 정물을 닮아 】
고향에 오면
노산은 언제 봐도
바닷가 구릉으로
햇빛 속에
야트막하게 솟아있고
바다의 물결이 순하여
그를 따르다가 보니
모진 혁명은 커녕
그저 반짝반짝 빛나는 짓만
표절하는 것밖에
아직도 다른 길을
못 열고 있네.
열너댓 살 적 소녀들 앞에서
떨리던 그 부끄러운 발걸음은
겨우 졸업했으나
말이 없고 느끼는 것 만큼은
하나도 안 변한 듯
그동안 때가 묻은 나를
멍청하나마 따뜻이 안아들이며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안다’는
투로만 나오는
고향의 정물들 앞에서
나도 그저 느낌이
저 바다처럼 반짝반짝 가다가
빛날 따름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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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