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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잠자리를 보며 2 】
젊은 날의 숨차고 괴롭고
그러면서 더없이 아름다웠던
꽁꽁 숨은 줄로만 알았던
일기장 속 혼자 앓던
그 비밀을
어쩌면 모시옷 가벼운 자락으로
살랑살랑 넘기며
내게 비춰 주노라.
그 시절 사랑은
뙤약볕 아래 물비늘로 반짝이고
칠칠한 머릿단으로 윤이 나고
호박꽃 위를 몇 바퀴 돌아도
날개에 더 힘이 남아
다시 몇 바퀴를 돌 수도 있던
넘치고 출렁거리는 이름이었었다.
호적 속보다 분명한 이름이었건만
그것을 어느새 파 버리고
허울 좋은 당호(堂號)만 가지다니!
추억의 아래 위를
높게 낮게 흐르는 잠자리여
그 한쪽 날개 기울여
내 젊은 날을 송두리째 쏟아 다오.
쏟아나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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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