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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와 사천지역 문화

식민지 시대 소설 <삼대>를 집필한 염상섭은 한국 문학사에 기념비적인 소설가이다. 하지만 학력고사를 보고 대학을 간 세대는 염상섭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그의 문학적인 위치를 잘 알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수능세대는 염상섭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수능 세대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교과서에 <삼대>가 실렸고, 그 작품으로 시험을 봤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문학작품을 국어 교과서를 통해 접한다. 옛날과 달리 읽거나 볼거리가 많아져 교과서를 통해서만 문학을 향유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는 검인증 국어 교과서가 사라져 예전처럼 교육부에서 발행하는 단일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고등학생들이 꼭 같이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염상섭의 <삼대>를 읽지는 않을 것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만큼 뛰어난 소설인 <삼대>가 왜 오랫동안 묻혀 있었을까? 그것은 제대로 된 소설 평가 기준이 해방 이후 한동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소설의 비평 관점을 확립한 사람이 서울대 김윤식, 김현 교수였다. 지금은 작고했지만 그들이 한국문학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고, 그 기준에 따라 식민지 시대의 작품을 발굴해 냈다. 필자가 다소 길게 서두를 펼친 것은 시대마다 문학을 보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럼, 우리시대의 문학 판별 기준은 무엇일까? 특별히 다른 기준이 있는 것일까? 먼저 그런 기준은 무엇을 근거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시대정신이다. 현재 우리 사는 세상의 정신을 결정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터넷과 세계화일 것이다. 그럼 인터넷이 지배하는 세계화 시대의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단일 가치이고 비슷한 의식을 지닌 세계 시민의 출현이 아닐까? 또한 세계화는 공통의 언어와 공통의 문화의 출현을 요구한다. 아마 이런 추세가 몇 세기 동안 계속된다면 그런 세상이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세계화는 민족주의 혹은 지역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대단히 위협적인 이념이다. 세계화는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것은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대단히 긍정적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적인 가치 특히 문학적 가치의 차원에서 보자면 빵점이다. 문학의 가치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개성이다. 각 나라는 각자의 민족적인 정체성이 있어야 하고, 지역은 지역의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그 정체성을 담아내는 그릇이 문학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지자체들이 지역학 연구소가 있는 경우가 많다. 지역학에 재원을 투여하는 이유는 이런 세계사적인 흐름에서 각 지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지방대학에서 지역학을 교양 과목으로 채택하기도 한다. 사천도 그렇게 해야 한다. 사천은 절대로 서울이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만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세계화에 맞서는 지역화이다.
이런 흐름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이다. 역사학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지역사가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문학도 이런 관점에서 평가해야할 시대가 도래 했다. 그래서 각 지역은 자기 지역에 묻혀 있는 문인이나 지역의 구비 문학을 발굴해 문자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정신을 사천 지역에 비춰 보자면 아직 덜 평가된 문학인이 삼천포를 노래한 최송량 시인과 우보 박남조이다. 그 때문에 작년 노산에 세워진 최송량의 시비는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다음으로 우리 지역에 기억할 문학인은 우보 박남조인데, 이 분은 단순히 글을 쓰는 문학인이 아니었다. 그는 1909년에 사천 남양동 송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진주 삼천포에서 한학을 공부했으며 경남사범학교 3학년 때 항일 운동을 하다가 필화 사건으로 퇴학을 당한 뒤에, 일제 강점기 말까지 13년 동안 신수도에서 보명학회를 세워 문맹퇴치, 애국 계몽 운동을 펼쳤다. 그런 강인한 정신 때문인지 우보의 시세계에는 우리지역의 대표 시인인 박재삼의 시에서처럼 애조의 가락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호방한 바다 사람들의 높은 기상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시정신은 사천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시조의 운율로 잘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측면보자면 에서 우보야 말로 우리 지역의 대표 시인이라고 할 만한 문인이었다.
우보는 193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로 입선했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바닷가에 살면서>라는 시집을 발행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우보가 1985년에 해안지역의 민요를 손수 채집해 <내고향 민요>라는 민요집을 발간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지역 문화의 중요성을 이미 깨닫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삼천포 지역의 문학 문인 협회를 만들어 회장을 역임하면서 한 평생 지역 사회의 문화 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분이다.
해방 후 한국 문학이 염상섭을 발굴해 교과서에 실은 것처럼 지역의 두 시인을 새로 발굴해 사천 지역에 시비를 세우고, 사천 지역학이 확립된다면, 지역 문학 부분에 가장 먼저 기록되어 사천지역에서 문학을 하는 후배 문인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강희진 작가
경남삼천포 출생.
연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94년 KBS 드라마 극본공모 당선.
KBS 다큐드라마 다수 집필.
2011년 1억 고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
장편소설 <유령> <이신> <올빼미 무덤> <카니발> 등 발간
정치인과 대담집 <그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공정한 경쟁>
·2015년 재경사천시향우회 자랑스러운 사천인상 수상
·2016년 문선초등학교 총동창회 자랑스러운 문선인상 수상

2021년 04월 29일 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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