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난의 골목에서 】
골목골목이 바다를 향해 머리칼 같은
달빛을 빗어내고 있었다.
아니, 달이 바로 얼기빗이었었다.
흥부의 사립문을 통해서 골목을 빠져서 꿈꾸는 숨결들이 바다로 간다.
그 정도로 알거라.
사람이 죽으면 물이 되고 안개가 되고 비가 되고
바다에나 가는 것이 아닌것가.
우리의 골목 속의 사는 일 중에는 눈물 흘리는 일이
그야말로 많고도 옳은 일쯤 되리라.
그 눈물 흘리는 일을 저승같이 잊어버린 한밤중.
참말로 참말로 우리의 가난한 숨소리는 달이 하는 빗질에 빗어져,
눈물 고인 한 바다의 반짝임이다.
------------------------------------------
어린시절을 삼천포 바닷가에 살면서 골목골목 가득한 달빛으로 사랑하는 여학생 머리칼 같이 바다를 빗기고 있었을까? 시인의 고향집은 노산밑 돌담으로 된 흥부의 사림문 같은 좁은 골목이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전에도 말했듯이 가난, 눈물, 바닷가는 시인의 근원적 심상이 가난으로 인해 연애를 못하는 대신 자연을 향해 그 연애감정(생전 술좌석에서 흥이 나면 18번 노래는 당신만을 사랑해를 즐겨불렀다.)을 불태웠다고 할까? 가난을 영원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시인의 빗질이라 할까?(생전의 육성을 중심으로) -천덕찬-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 
봉화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