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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벌리에 박행윤이라는 분이 있었다. 이 분에게는 '박고창(朴高敞
)'이라 하는 별명이 있으니 이는 이 분이 소시적에 도깨비를 만난 기연으로 뒷날 전라도땅 고창의 현감을 지냈다 해서
붙혀진 별명이다. 그러면 박고창과 도깨비에 얽힌 사연을 한번 들어보자.
박고창은 소시적에 친구들과 노는 일에만 정신이 팔러서 글읽는 일에는
도무지 마음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가 하루는 친구들가 술자리에서 술에 만취하여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묘등거리에서
그만 쓰러져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이 '묘등거리'라는 곳은 지금의 삼천포초등학교 옆의 유치원 조금 위에 있었는데
이곳에는 많은 묘가 있었으며 그 아래로 갯벌이 이어져 갈대숲에 덮인 이곳을 밤이면 더러 지나는 행인도 없을마치 음산한
곳이었다. 또 이곳에는 죽은 개를 내다 버렸다고해서 개장터라고도
했고 비가 오는 날에는 인(燐)불이 오르므로 도깨비 불이라하여 사람들이 지나다니기조차 꺼리는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박고창은 술에 골아떨어진 채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박고창은 비몽사몽간에 여기서 도깨비떼를 만난 것이다. 도깨비떼는 자고 있는 박고창의 옆에 와서 저희들끼리 수작을 하는데
"앗! 여기 사람이 누워있다." "어디 누군가 보자." 하면서 누워있는 박고창을
들여다 보니 "앗! 박도창 현감이시다. 빨리 도망치자" 하면서 떼를 지어 부리나케 도망을 치는 것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박고창은 이상한 꿈도 다있다고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
갔으나 두고두고 그 도깨비들이 고창현감이라고 하던 말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도깨비들이 설마 나를
고창현감으로 잘못 본 것이겠지, 그러나 그렇다고치고 왜 고창현감을 보고 그렇게도 서둘러 도망을 쳤을까. 고창현감이란
직책이 그렇게도 무서운 것일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박고창을 몹시도 괴롭히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박고창은 마침내 한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오냐, 도깨비들이 그렇게도 무서워하는 고창현감, 그 고창현감이라는
자리를 나라고 못할 이유가 있을라구" 그날로 박고창은 한쪽으로 밀어 두었던 서책을 붙잡고 씨름을 하기에 이르렀으니
과연 박고창이 분발한 보람이 있어 그 뒤 마침내 그는 과거에 급제하여 여러 벼슬을 거친 다음 고창현감을 지냈다는 전설이
있다.
<자료출처:삼천포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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