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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호수같은 강지바다는 삼천포의 서부입구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에
의해 끊어진다. 바다물은 섬과 섬사이를 누비며 쏜살같이 오르내린다.이 물목 여기저기에는 암초가 여러 개 있으니 그
가운데 제일 큰 암초가 울멱섬으로 일명 기명도(磯鳴島)라 한다.
이 섬은 물이 빠지면 떠오르며 그 위에 등대가 설치되어
있어 좁고 험한 물목을 지켜주고 있다. 빠르게 오르내리는 조류는 이 울멱섬에 부딪혀 부서지면 하얀물보라를 이루고 윙윙하는
소리조차 내기 때문에 지나는 배들이 이곳을 피해서 가기도 한다. 바다밑의 암초가 상당한 면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물살이
여기에 부딪히면 소용돌이를 치는 것이다. 그러나 만조 때는 조용한 호수같은 바다가 된다.
이 울멱섬에서 한 십리가량 떨어진 곳에 아두섬이 있으니 천평가량의 넓이를
갖고 있는데 섬에는 드문드문 몇 그루 소나무도 서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 있어온 전설인지는 몰라도 아두섬에는 왕지네가
살고 울멱섬에는 물밑에 왕고동이 살면서 두 명물이 서로 으르렁대면서 싸웠다.
싸움이 시작되면 왕고동은 큰소리로 울부짖고 왕지네는 심하게 독기를 뿜기
때문에 아두섬 전체가 안개 속에 묻혀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싸우는 광경을 본 사람은 없지만 아두섬에 안개가 짙게 깔리고
울멱섬이 울부짖는 날은 사람들은 의례 왕지네와 왕고동이 또 서로 싸우는 걸로 알고 신기해 한다.
<자료출처:삼천포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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