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자치행정 경제/정보 사회 문화 농어업 교육 환경 스포츠
 
 
 
  봉화칼럼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 이용 수돗물 안심하고 드세요
우리나라는 건강하고 깨끗한 수돗물이 공급됨에도 정수기, 먹는 샘물 등을 찾는 이가 적지 않아 사회, 경제적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에 수돗물 전문 공급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 경남서부권관리단 ...... 봉화칼럼 전체 리스트 보기
 
 
갱물의 재탄생, 해물탕 예찬

음식이란 본시 그 고장의 산물로 만든 것이 최고다. 산골에는 갖은 산나물과 약초 그리고 버섯 등 자연산 산물들을 이용하여 만든 비빔밥과 각종 약재요리들이 으뜸이다. 바닷가에 인접한 곳에서는 해산물로 만든 회나 탕 또는 구이들이 단연 인기다. 우리고장은 천혜의 바다를 끼고 있어 사시사철 싱싱하고 영양이 풍부한 해산물을 접할 수 있어 요리 또한 다양성을 겸비하고 있다.
그 중 해물탕은 단언컨대, 바다의 향기를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대표적 요리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고장에서는 해물탕을 쉬이 접할 수 없어 아쉽다. 그 이유야 명확하지 않지만 나름 예측해보자면, 싱싱한 생물을 좋아하는 어촌사람들에게 해물탕은 죽은 해산물을 먹으라는 것과 같다. 굳이 끓이지 않아도 회나 샤브샤브 또는 구이 등으로 얼마든지 해물의 식감을 살리고 생물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해물탕 식당이 몇 군데 영업을 했으나 근자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외지에서 오는 손님들도 이 점에 의구심을 품곤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해물탕이 영업품목으로는 부적격인 셈이다. 찾는 이가 줄어드니 자연스레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어쩌다 얼큰하고 매콤한 해물탕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살아 움직이는 해물을 듬뿍 넣고 구수하고도 알싸한 육수를 곁들여 곰국 끓이듯 끓여내면 살아있는 듯 쫄깃한 해물의 식감과 깊은 국물의 감칠맛이 오감을 자극한다.
팔포로 가다보면 골목사이에 이 맛을 내는 수라간이 있다. 마치 숨은 맛 집을 찾아내듯 흔치 않는 해물탕을 주 메뉴로 취급하는 곳이다. 낮선 이국에서 한국음식을 만난 듯 반가움이 먼저 나선다. 큼직한 냄비에 뚜껑이 덮인 채로 풍성하게 얼굴을 내민다. 투명한 유리 뚜껑에 착 달라붙은 낙지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친다. 얼핏 보기에도 냄비가 터질 듯 빼곡하게 들어찬 해물들은 빈틈 구석구석에 자리를 틀고 앉아 이제 갓 끓어오를 열기에 온몸을 바쳐 기꺼이 심청이로 산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 틈새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으로 약주한잔 곁들여 속을 달랜다. 짭짤하면서도 간간하게 맛이 든 반찬들이 관객몰이에 성공한 셈이다. 이내 허옇게 뒤덮인 냄비에서 쓰나미같은 기운이 감돌고 쇼생크 탈출인 듯 꿈틀거리는 해물들의 반란도 잠시, 빨간 국물을 머금은 용암들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구수하고 달콤한 냄새가 진동할 즈음, 벗겨낸 냄비는 그대로가 활화산이 되어 얼큰한 해물탕의 진수를 거침없이 뿜어낸다.
이리저리 가위질이 횡행하고 쩍쩍 입을 벌리는 어패류들의 항복에 객들의 소주잔이 분주해진다. 실하고 야들한 조갯살과 전복에 두툼하게 들어찬 게살은 물론 쫄깃하게 여문 낙지와 오징어까지 턱관절의 노고가 그 값어치를 하는 순간이다.
주홍빛으로 베어난 국물은 얼얼해진 입안을 달래기에 제격이다. 후련해진 입속에서는 연신 국물로 비벼낸 밥도 요구한다. 쓰거나 텁텁하지 않아야 하는 게 해물탕의 원칙이다. 이 집 국물이 그렇다.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은 게 간간하게 목을 타고 넘는 식감이 저절로 미소를 자아낸다. 마약같이 자꾸 국자에 손이 가는 이유다.
어느새 거나하게 곁들여진 소주 기운도 이쯤이면 해물탕 국물에 녹아 해독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 듯하다. 얼얼해진 몸을 가누며 밖으로 나오니 짭짤한 팔포 갱물이 코끝을 때린다. 그래, 이게 삼천포의 맛이구나. 해물탕에 녹아든 갱물의 변신을 오래오래 맛 보았으면 좋겠다.

향촌동 회사원 이용호

2015년 11월 26일 10시 44분

Copyright (c) 1999 사천신문 Co. All rights reserved.

이전 기사 보기 홈으로 다음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