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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지산겸괘(地山謙卦)

운명은 전생의 까르마에 의해 결정돼 있다. 전생의 까르마에 대한 책임과 보상이 운명이다. 이 사실을 믿고 안 믿고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알량한 자신의 논리나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운명을 가볍게 대해서는 안 된다. 운명 앞에서는 누구나 겸손해야 한다.
치명적인 운이 도래해서 강력하게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고를 무시하고 운명 따위는 믿지 않는다는 자만심으로 경거망동하다가 큰일을 당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패가망신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다.
정확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운명을 분석하는 것은 우리가 일기예보를 참고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 태풍이 온다는 예보를 들으면 대비를 해야 한다. 태풍이 온다는 예보를 듣고도 바다에 나가거나 예보를 듣지 못하고 바다에 나갈 경우 심각한 사고를 당하게 된다. 운명의 일기예보를 통해 자신의 운명 날씨가 어떤지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엄청날 것이다.
다른 비유를 해보면, 지금이 씨를 뿌릴 시기인지 가꾸고 수확을 해야 할 시기인지 또는 씨앗을 저장하고 쉬어야 할 시기인지 알아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우리 운명의 계절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정확하게 어떤 운명의 계절에 와 있는지 알고 거기에 맞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봄철, 여름철 등 철은 계절을 의미한다. 자신의 운명 계절을 모르는 사람은 철부지이고 자신의 운명 계절을 알아야 비로소 철이 든 사람이다.
주역의 지산겸괘(地山謙卦)는 산을 의미하는 간(艮)괘가 아래에 있고 대지를 의미하는 곤(坤)괘가 위에 있는 형상이다. 뾰족한 산봉우리에 홀로 높이 있지 않고 높은 산 위에 평지가 펼쳐져 있어 스스로 낮추고 있다. 자신이 아주 높이 올라왔다고 생각할 때 겸손하게 처신해서 평범한 태도를 보인다면 행운을 오래 오래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노력하고 겸손하게 처신하면 군자에게 좋은 결과가 있으니 길하다’ 겸괘(謙卦) 구삼효(九三爻) 효사(爻辭)이다. 주역의 64괘 중 대부분의 괘가 길흉(吉凶)을 같이 가지고 있는데 겸괘만 여섯 효의 해석이 모두 길하다고 나온다. 겸손하게 처신하기 때문에 길하다고 하는 것이다.
겸손하다는 것은 한발 물러서는 것이고, 과욕을 부리지 않는 것이고,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것이고, 매사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조심하며 겸손하게 살아가면 큰 불행을 겪을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불행은 항상 교만과 방심 그리고 욕심 때문에 시작된다.
여섯 개의 효사가 모두 길하다고 나오는 지산겸괘를 우리 가슴속에 간직하고 성실과 겸손으로 살아가자. 선역자불복(善易者不卜), 역에 통달한 사람은 점을 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래를 다 알아서 점을 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역에 통달하게 되면 매사를 조심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매사를 조심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굳이 자신의 미래를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조심하면서 사는 사람은 늘 겸손하게 처신한다.

칼럼 연재를 마치면서, 졸고(拙稿)에 지면을 할애해준 사천신문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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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무관함

2022년 03월 31일 1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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